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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_ 꽃 봉오리같은 한 소녀 이야기

by Galneryus 2025. 4. 26.

1.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단지 특별한 병에 걸려버린 소녀의 기록..... 1리터의 눈물

1리터의 눈물 (이덴슬리벨_키토아야)

『1리터의 눈물』이라는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단지 표지가 새로워 보여서였다.

표지에는 교복을 입은 소녀가 힘차게 하늘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애니메이션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처음 그 그림만을 보았을 때는 이 책이 내게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줄 몰랐고, 그 표지가 그렇게나 슬픈 상징이 될 줄도 몰랐다.

책의 주인공, 키토 아야가 걸린 병의 이름은 ‘척수소뇌변성증’이다.

그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경계 불치병이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병으로, 뇌와 척수, 소뇌 등이 점차 마비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아야는 이 병의 진단을 14살,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시점에서 진단받았다.

책의 내용은 아야가 처음 이 병을 진단 받은 후 병의 진행 양상과 병을 인정하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재활을 받는 과정, 점차 많은 것을 포기하는 과정을 일기의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척수소뇌변성증 [脊髓小腦變性症, spinocerebellar degeneration]

소뇌, 뇌간, 척수등이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변성위축을 일으켜서 운동, 언어, 음식섭취등의 기능등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다가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초기 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해지고 보행 중 자주 넘어지거나 물건과의 거리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으며 차츰 언어능력 사용에도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현재까지는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약도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2. 꽃이라면 꽃봉오리인 나의 인생 이 청춘의 시작을 후회 없이 소중히 하고 싶어...

아야의 병증은 등교 도중 넘어지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치는 부위가 이상하리만치 얼굴이 많았고, 손바닥은 깨끗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 시오카 씨는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고, 아야를 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받게 된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병명은 척수소뇌변성증.

치료법은 없고, 약물과 재활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아야의 청춘은 병과 함께 시작되었다.

3. 왜 내가 병에 걸린 걸까. 운명 같은 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야.....

병세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진행되었다.

걷는 것이 어색해졌고, 자주 넘어졌다.

글씨는 점점 알아보기 어려워졌으며, 체중은 급격히 줄었다.

아직은 어린 일부 친구들은 아야를 조롱했고, 그럼에도 아야는 희망을 잃지 않고 평범한 삶을 바라며 재활치료를 받아 나아갔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등학교 수업도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병의 속도는 아야의 의지를 앞질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무한 경쟁 체재의 학교 입시에서 몸이 불편한 학우를 위해 나의 학습권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야의 친구들이 이동 수업이나 수업 자료등을 대신 챙겨주며 학교 생활을 이어 갔지만 친구들도..아야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4.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고 싶다. 왜냐하면!....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니까......

수업은 점점 아야를 원인으로 해서 늦어졌고, 친구들도 지쳐갔다.

결국 담임 선생님은 양호학교로의 전학을 권유하게 된다.

아야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고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자신이 연결될 수 있는 마지막 끈이었으며, 자신이 여전히 세상의 일부라는 상징이었다.

그 학교를 떠나는 것은, 친구들과의 삶에서, 평범한 삶에서 멀어진다는 뜻이었다.

14살,15살 아이가 학생이라는 신분이 없다면 자신을 뭐라고 설명 할 수 있었을까.

누가 뭐래도 학생일 나이이고 학생의 신분이기에 그 유일한 보통의 삶의 끈을 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야의 병증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 되어갔다.

그렇게 끈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5. 아무에게나 매달리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1리터의 눈물 작가이자 실제 주인공  <키토 아야>

양호학교로 전학 간 후에도 아야는 시를 써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나 한번 가속이 붙은 병세는 빠르게 진행됐다.

목발에서 휠체어 이후 전동 휠체어, 그리고 결국 침대 생활로 이어졌다.

언어를 통한 소통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글씨를 짚는 문자판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결국 아야는 글을 쓸 수 없게 되었고, 그녀의 일기는 중단된다. 책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머니 키토 시오카 씨가 쓴 『생명의 허들』에서 이어진다.

6.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가요?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 명이나 떠나보내고, 먼 학교에 다니며 등록금 걱정을 해야 했던 시간들. 그때 나는 자주 불평했다.

왜 나는 이렇게 가난할까, 왜 난 똑똑하지 못할까, 왜 난 잘생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야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시나요?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시나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야에게,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행복하다.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행복을 바라며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도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그리고 다시금 깨닫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아야의 목소리를 통해 삶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